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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이 좋고, 농촌이 좋고, 나무와 들꽃을 좋아하는 촌놈의 살아가는 이야기
살며 사랑하며..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를 읽고

by 오리니 2013. 4. 24.

이 책은『논어』『중용』『사기』등 삶의 지혜가 담긴 동양고전을 통해 마흔 이후에 어떤 마음가짐자세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 에게 삶의 지침이 될 수 있는 해답과 철학적 성찰을 제시하고 있다.

 

세상사에 치여 나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바쁘게 려온 중년의 삶들에게 불혹의 나이를 지나면서 혹하지 말아야 할 ‘나이 듦’, ‘욕심’, ‘편견’ 등과 마음껏 혹해야 할 ‘초발심’, ‘용기 있는 삶’, ‘나누며 사는 삶’에 대해 서술하였다.

 

이 책 중에서 2부 유혹, 혹해도 좋지 아니한가의 내용인 마음껏 혹해도 좋은 것들에 대한 부분만 발췌하였다.

 

 

 

 

 

 

마흔에 가져야 할 첫 번째 마음 초발심

 

성의정심(誠意正心) - 뜻은 진실하게 마음은 바르게(의지)

 

사람은 끊임없이 무엇을 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고 그 욕망을 위해 결심을 한다. 그러나 이처럼 욕망한다고 해서 모두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먹은 마음이 아무리 중요하고 강하다 해도 환경과 다른 욕망이 생겨나면 주저앉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최초의 결심(욕망, 바람 등)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도중에 꺼지지 않도록 계속 불을 지피려는 의지도 중요하다. 욕망과 의지가 결합되어야만 처음의 결심이 마침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대학』의 앞부분에는 의지와 관련해서 성의정심이 나온다. “옛날에 밝음의 덕으로 온 세상을 밝히려면 먼저 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제 나라를 다스리려면 먼저 제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 제 집안을 가지런히 하려면 먼저 제 몸을 닦아야 한다.

제 몸을 닦으려면 먼저 제 마음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 제 마음을 올바르게 하려면 먼저 제 뜻을 진실하게 해야 한다. 제 뜻을 진실하게 하려면 먼저 제 앎을 온전하게 해야 한다. 제 앎을 온전하게 하려면 사태(사물)를 틀(전통)로 바라보는 데 달려 있다.”

 

뜻이 진실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만약 뜻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데 있다면 그 뜻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  진실한 뜻과 올바른 마음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할 수 있게 하는 데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용기 있는 삶(도전)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 높은 대나무 막대기 위에서 한 걸음 나아가리라(도전)

 

오늘날 정치권의 화두는 복지이다. 복지는 사실 행복과 고통 두 가지 차원에서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보통 복지라 하면 행복이 늘어난다는 점에만 주목하기 쉽지만 고통을 함께 나누는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복지의 실행은 자원이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생겨나는 상황이 아니라 늘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우선순위에 따라 그 자원을 배분하느냐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한다. 이때 자신의 힘과 여건을 헤아려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맹자는 불능과 불위를 구별할 것을 주문했다. 맹자는 좀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쉬운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그 다음에는 조금 어려운 것을 해보자는 것이다. 선추, 즉 강물에 던진 조약돌의 파문이 점점 커지듯이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척간두진일보’는 송나라 도원스님이 부처와 조사들의 어록과 행적을 묶은 『경덕전등록』에 기록되어 있다. “아찔한 정도로 높은 백 척의 대나무 끝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 비록 경지에 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 참이라고 할 수 없다. 백척의 대나무 끝에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뎌야 온 누리가 모두 내 한 몸이리라.”

 

백척간두에 올라선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지만 올라서 본다. 흔들리는 대나무보다 내 마음이 더 크게 흔들릴 것이다. ‘어떻게 하면 떨어지지 않을까?’ 하며 노심초사하고 자신의 동작 하나하나를 대나무의 움직임에 맞추려 한다.

 

 

여기에서는 나와 대나무 그리고 대나무의 밖이 서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대나무는 내가 어떻게 해서라도 꼭 잡아야 하는 곳이고 그 밖은 결코 나아가서는 안 되는 위험 지대이다. 이로써 생과 사가 갈리고 행과 불행이 나뉘며 선과 악이 갈라지는 등 모든 것이 차갑게 대립하게 된다.

 

이 세계는 더 이상 합쳐질 수 없는 조각조각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나 그렇게 잡고 믿던 곳에서 그냥 한 걸음 나아가보라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세계가 곧 나의 몸이라는 체험을 하게 된다. 내 몸이 가장 커지는 상태가 곧 세계인 것이다.

 

 

종오소호(從吾所好) - 내가 좋아하는 길을 따르리라(진심)

 

일을 하다 보면 지칠 줄 모르고 오랫동안 잘할 때도 있지만, 조금 하다가 딴짓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하던 일을 제대로 끝내지 않고 중도에서 제쳐 놓는다면 자신이 그 일을 즐겨 하는지 아닌지를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하고 싶은 것을 원해서 하는 것과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것이 바로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나누는 기준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때는 누가 하라 마라 하지 않아도 혼자 척척 알아서 해낸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힘겨워하지 않고 밤을 새워서라도 끝장을 낸다. 이 모든 바탕에는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을 원하고 있다는 진정성이 깔려 있다.

 

이런 진정성을 가지고 무엇을 하면 옆에서 보는 사람은 그에게서 아름다움, 심지어 경건함까지 느끼게 된다. 진정성이 있기에 매사에 잘하려고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하는 일 하나하나에 혼이 들어 있다. 이 혼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나누며 사는 삶

 

행재불인(幸災不仁) - 남의 불행을 즐긴다면 사람답지 않다(이해타산)

 

우리나라와 이웃 나라 일본은 오랜 인연을 이어 왔다. 근대사에서 식민지와 제국의 숙원을 맺은 탓에 국교가 정상화된 지금에도 서로 껄끄러운 지점이 많다. 그래서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쓴다. 이런 상황은 양국의 관계를 개선시키지 못하고 악감정을 키워 가게 만든다. 비록 서로 관계가 나쁘다고 하더라도 한쪽이 죽음, 고통, 재난 등의 부정적 사태를 겪을 경우 다른 한쪽이 그걸 기회로 한몫을 챙긴다면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처음 서로 사귈 때는 이해관계를 꼬치꼬치 따지다가도 교제가 깊어지면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손해 보는 것을 자청하기도 한다. 이처럼 손익을 넘어선 관계가 있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무한한 기쁨과 신뢰를 갖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기쁨과 신뢰는 금전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가치 있는 자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