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가꾸기
밭 만들기
흙밭 만들기에서 제일 고려해야 할 것은 배수성과 보수성이다. 곧 물이 잘 빠지게 고랑을 파면서도 가물 때를 대비해서 물기를 어느 정도 머금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논의 경우는 보수성이 더 중요하지만 밭은 배수성이 더 중요하다.
배수성을 높게 하는 밭 만들기는 이랑 만들기인데, 여러 작물을 골고루 심는 밭농사는 특히 이랑식 밭 만들기가 중요하다. 이랑이란 두둑과 고랑을 합친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밭을 만드는 것은 바로 배수성을 높게 하기 위해서이다. 배수성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제초를 위해서인데, 고랑이란 기본적으로 물길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오가며 풀을 매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이랑을 만들 때에는 배수성을 일차적으로 고려하여 고랑을 파되, 장마 때 비에 두둑의 흙이 유실되거나 거름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령이다. 곧 보수성을 배려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비가 올 때 물이 흘러나가는 방향에 직각되게 두둑을 만든다. 물이 흘러나가는 방향으로 두둑을 만들면 두둑의 흙과 거름이 물에 씻겨 내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밭 전체적으로 큰 물길을 위한 고랑은 깊게 파두고, 두둑과 두둑 사이에는 작은 고랑을 파두어 이랑에 고인 물이 큰 고랑으로 흘러가도록 한다.
이랑은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두둑의 폭을 작게 하고(약 30-50cm) 단면으로 볼 때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작물을 한 줄로 심는 이랑이 있고, 두둑의 폭을 대략 1m에서 1m 20cm 정도로 만드는 평이랑이 있다. 작은 폭의 이랑은 특히 배수성이 좋아야 잘 되는 작물을 심는데 고추나 고구마가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밭을 만들 때 중요한 일은 흙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흙이 부드러워야 작물이 뿌리를 잘 내릴 뿐만 아니라, 뿌리에서 열매를 맺는 근채류(고구마, 감자, 홍당무 등)들은 특히나 흙이 부드러워야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흙이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흙 속의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작물이 열매를 맺기 위해 힘을 주느라 열매 속에 딱딱한 심이 맺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좋은 밭을 만들려면 좋은 밑거름을 넣어주어야 하는데, 밑거름은 덮개용 재료를 흙 위에 씌우기 전에 주어야 한다. 거름이 햇빛에 노출되면 빛에 질소질 비료가 타버려 비료효과가 떨어진다. 거름은 흙에 섞여 있거나 풀 등 탄소질 재료에 가리워 있어야 미생물들이 제대로 발효시킬 수 있다. 흙과 잘 섞어주면 좋지만 그것이 힘들면 흙에 뿌려주고 덮개용 재료로 잘 덮어두어도 된다.
거름 만들기
거름을 만들 때에는 탄소 대 질소 비율(탄질비) 조절이 중요하다. 탄소질은 수분이 적은 마른 풀 같은 것에 많고 질소질은 수분이 많은 인분이나 축분, 소변, 음식물찌꺼기 등에 많다. 그래서 퇴비 만들기에서는 수분의 비율이 매우 중요한데, 수분이 40% 이하면 건조하여 발효가 늦어지고 60% 이상이면 습해서 공기의 공급을 방해하여 발효보다는 부패작용이 커지게 된다. 퇴비가 발효가 아니라 부패가 되면 비료 효과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악취도 나고 파리나 구더기 같은 벌레가 끼며 해로운 병해충의 발생을 촉진한다.
탄소질은 미생물에게 서식처와 산소를 제공해주고, 질소질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주기 때문에 둘은 항상 적절히 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텃밭농사에서 제일 구하기 쉽고 다루기 쉬운 것은 아마 깻묵일 듯하다. 참깨나 들깨를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인 깻묵은 질소질 비료로는 제일 훌륭한 재료 중에 하나다. 깻묵은 열을 가한 것이라 일차 살균이 되어 있고, 풀씨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루기도 쉬운 장점을 갖고 있다. 단점이라면 깻묵 덩어리를 부셔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고, 많은 양을 구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 때문에 텃밭농사에서는 오히려 적합할 수 있다.
거름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작물이 다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참깨 콩 도라지 같은 경우는 오히려 박토에서 잘자라고, 이 중에 콩은 공기의 질소를 흙 속에 고정시키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콩 뿌리에서 살기 때문에 흙을 거름지게 해주는 고마운 작물 중에 하나다. 그래서 콩 같은 경우는 옛부터 논둑이나 밭둑에다 많이 심었고 따로 콩 밭을 만든다면 거름을 많이 먹는 옥수수 같은 것을 콩 밭 둘레에다 심곤 했다.
씨뿌리기(파종)
원래 우리 조상들은 씨앗을 심을 때 꼭 세 알을 심었다. 한 알은 하늘의 새가 먹고 한 알은 땅 속의 벌레가 먹고 남은 하나를 사람이 먹기 위해서라고 한다. 말하자면 자연의 뭇 생명들과 공생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씨앗이야 사람의 것일지 모르지만 땅 속에 들어가면 벌레나 새를 인위적으로 막는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니 많이 심어 함께 공생하는 삶의 지혜를 선택한 것일 듯 싶다.
그런데 새나 벌레가 먹든 안 먹든, 씨앗이 처음 자랄 때는 여럿이 함께 있어야 서로 협동하여 잘 자란다. 나중에 꽤 자랐을 때는 서로 부대껴 솎아주어야 하는데, 솎아준 것도 버리지 않고 다 먹을거리로 이용한다.
어쨌든 밭에다 직접 파종할 때는 씨앗을 조금 많이 뿌려주는 게 좋다. 뿌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점파(點播, 점뿌림), 선파(線播, 줄뿌림), 산파(散播, 흩어뿌림)가 그것이다.
점파는 하나하나 구멍을 파서 심는 방법이고, 선파는 호미로 홈을 줄 긋듯이 파서 죽 심는 방법이고 산파는 말 그대로 흩어 뿌리는 방법이다. 이런 파종 방법은 작물 종류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직파할 것인가 모종할 것인가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양을 대량으로 할 것인가, 소량만 할 것인가에 따라 다를 수가 있다.
파종을 한 후 흙을 덮어주는 두께는 항상 씨앗 두께의 두세 배를 덮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흙의 습기 상태에 따라서는 융통성 있게 해 주는 게 요령이다. 가뭄이 심할 때는 되도록 조금 두껍게 심어주는 게 좋다. 얇으면 씨앗이 금방 말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씨앗을 뿌리기 전에 흙에다 물을 뿌려주면 좋다. 그러나 뿌리고 나서는 물을 뿌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더 물이 말라버릴 수 있다.
반대로 장마가 져서 흙에 습기가 많으면 얇게 심어주는 게 좋다. 깊게 심으면 수분이 너무 많아 씨앗이 곯거나 삭아버릴 수 있다. 그러니까 씨앗 두께의 두세 배를 원칙으로 하되 습기 여부에 따라 얇거나 두껍께 덮어주면 되는 것이다.
씨앗이나 모종을 심을 때는 간격을 잘 띄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인데, 작물이 다 자랐을 때를 염두에 두고서 그 포기만큼 띄워야 한다. 참외나 수박 같이 옆으로 넝쿨을 뻗는 것은 사방이 1㎡정도 되게 널찍하게 심고, 벼나 보리 같이 위로 죽 솟는 것은 한 뼘 간격이 좋고, 배추나 무 같이 잎사귀를 널찍하게 늘어뜨리는 것은 4-50cm 정도가 좋고, 고추나 가지 같이 가지를 옆으로 뻗는 것도 4-50cm 정도가 좋다. 반면 줄 간격은 이런 포기 간격에 약 1.5배 정도 띄운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모종 키우기
사실 텃밭이나 주말농사 정도의 소규모에서는 모종을 키우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양도 적기 때문에 오히려 모종을 사다 심는 게 훨씬 수월하다.
모종을 키우려면 비닐하우스 같은 온실이 따로 있을수록 좋지만, 적은 양이라면 아파트 베란다나 옥상 위에다 간이 온실을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겨울철이 아니라면 비가림만 되어 있거나 언제나 쉽게 물을 줄 수 있는 곳에서는 모종 키우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종을 키우는 목적은 고추 같이 이른 2월이나 3월초부터 파종을 해야 하는 작물의 경우 서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고, 또 씨앗이 작아 빗물 피해를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역시 제일 큰 목적이라 함은 모종을 내어서 옮겨 심으면 소출도 많고 더 튼튼히 크게 하기 위해서다.
옥수수나 수수나 조나 밭벼나 무 같이 뿌리를 깊게 내리는 작물은 옮겨 심을 때 뿌리를 다칠 수도 있고, 한번 뿌리를 활착하면 그 자리에서 튼튼히 자라야 하기 때문에 옮겨 심는 것은 좋지가 않다.
포트든 모판이든 모종 키우기에서는 상토가 제일 중요하다. 상토는 일단 물빠짐이 좋아야 하는데, 습기가 많으면 씨앗이 곯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토는 되도록 무균 상태이어야 하고, 풀씨가 없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균에 침투되면 작물이 약하게 자라게 되고, 풀씨가 많으면 풀씨와 경쟁하느라 제대로 자라기 힘들고 나중에 일일이 풀을 골라 잡아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상토의 기본 재료인 흙은 산 속의 부엽토가 제일 좋다. 부엽토를 채취할 때는 표면의 흙을 걷어내고 약 30cm 이하의 속 흙이 좋다. 겉 흙은 너무 거름지고 풀씨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속 흙을 채취하면 이를 채로 곱게 거르면 된다. 산 흙을 구하기 여의치 않으면 밭의 흙도 괜찮은데 이 또한 마찬가지로 약 30cm 밑의 속 흙을 채취하여 채로 걸러낸다.
이렇게 구한 흙에다가 충분히 발효된 퇴비 약간과 모래와 재나 숯가루를 섞는다. 이 비율은 작물마다 또는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전체 100% 중에 흙 50%에 발효퇴비 30%, 모래와 숯 10%씩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만든 상토를 포트에다 담거나 모판에다 깔고 나서 씨앗을 심는데 심고 나서는 표면 위에다가 약간의 왕겨를 살살 뿌려주는 것도 좋다. 왕겨는 보온 효과도 있지만, 왕겨의 마른 상태를 보고 물을 주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어 좋다.
모종 키우기 중에는 고추가 가장 힘들다. 아직도 겨울 추위가 남아 있는 2월 말이나 3월 초쯤에 심어야 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온실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다, 밤에는 이불을 덮어주어 영하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를 해야 한다. 게다가 싹이 튼 후 잎이 네다섯 개 되었을 때 가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모종 심기
모종 심는 시기는 작물마다 다르지만, 대개 떡잎이 나오고 다음으로 새순이 나와 잎사귀가 네 다섯 개 정도 되었을 때가 적당하다고 보면 된다. 심을 때는 구멍을 파서 반드시 물을 가득 붓고 모종을 넣은 다음 마른 흙으로 덮어준다. 심고 나서 물을 부으면 뿌리까지 닿지 않는데다 표토 위의 물은 금방 말라버린다. 일일이 물을 부으며 심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 심으면 좋다.
심는 방법 또한 작물마다 다른데, 고구마나 들깨 같은 경우는 뉘어서 길게 심고 흙을 잎사귀 목까지 덮는다. 대파 같은 경우는 뉘어 심는 것은 같지만 뿌리만 살짝 덮어주는 정도로 흙을 뿌리고, 그 외 대부분은 똑바로 심는다.
심기 전에는 모판의 모종이든 포트의 모종이든 반드시 물을 뜸뿍 뿌려 뿌리가 물에 충분히 적시도록 해주어야 한다. 모종을 옮겨 심으면 대개가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사람도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하는 말처럼 작물도 이 몸살을 앓아야 더 튼튼하게 크고 열매도 튼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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