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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이 좋고, 농촌이 좋고, 나무와 들꽃을 좋아하는 촌놈의 살아가는 이야기
촌놈의 분재

쥐똥나무분재에 대한 소고

by 오리니 2021. 1. 26.

  쥐똥나무는 내가 좋아하는 나무다.

 

  모양적으로 보면 타원형의 작은 잎과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는 자그마한 흰꽃, 쥐똥을 닮은 앙징맞은 열매가 있어 아름답다. 가을이면 단풍이 곱게 들고 겨울이면 밀생한 가지들이 보여주는 나목은 한수를 느끼게 해준다.

 

쥐똥나무 꽃과 열매

  관리적으로 보면 맹아력이 강해 가지를 자르면 끊임없이 싹을 틔워내 가지가 밀생하기에 수형을 만들기 쉽다. 꽃말 ‘강인한 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추위에 강해 전국 어디에서나 잘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이 있고 뿌리가 깊게 내려가지 않고 땅표면으로 퍼지는 천근성과 잔뿌리가 잘 발달되는 잔근성이어서 분재로 재배하기 적합하고 관리하기가 쉽다.

 

  이렇게 분재수로서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각광 받지 못하는 건 울타리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라는 인식과 ‘쥐똥’라는 이름이 주는 어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간 분재수로서 좋은 쥐똥나무분재를 기르기 위해 자료를 찾아 보았는데 대부분 수종들은 분재재배나 관리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쥐똥나무의 분재 재배법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쥐똥나무분재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기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 이러한 분들에게 내가 겪어온 어려움들을 해결해 드리고자 오랜기간 쥐똥나무분재를 길러온 경험을 알려 드리고자 한다.

 

꽃이 핀 쥐똥나무분재

쥐똥나무의 이해

 

  쥐똥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학명은 Ligustrum obtusifolium Siebold & Zucc 이다.  검은색의 열매가 마치 쥐똥처럼 보인다 해서 쥐똥나무라고 부른다. 가백당나무, 백잠나무, 수랍목, 싸리버들, 유목이라고도 불리며 북한에서는 검정알나무라고도 한다.  열매를 약초로 쓰는 한방에서는 ‘남정목’이라로도 불리는데 남자들의 정력을 좋게 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쥐똥나무 종류로는 남해안 일대와 제주도에 자생하는 버들잎쥐똥나무, 좀쥐똥나무, 왕쥐똥나무가 있으며 울릉도에는 둥근잎섬쥐똥나무가 있다.  최근 원예용 및 울타리용으로 개량된 삼색쥐똥나무, 황금쥐똥나무, 금태쥐똥나무가 있으나 나의 경우 자생종 쥐똥나무만을 기르고 있다.

 

쥐똥나무분재 재배하우스

쥐똥나무의 특성

 

  쥐똥나무는 가을이면 잎이 지는 2 ~ 3m 내외로 자라는 낙엽관목으로 쉽게 볼수 있지만 줄기가 굵은 나무는 보기 힘들다. 그만큼 잘 크지 않는 나무라는 거다.  제주부터 강원까지 전국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개울가나 산기슭의 양지나 반그늘에서 자라는 등 추위나 환경에 적응력이 강한 나무이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소백산 주변은 쥐똥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곳이다.  쥐똥나무의 생태를 살펴본 바로는 서향쪽 산기슭에서 많이 자생하고 있었는데  하루종일 햇볕이 드는 곳보다는 적당한 그늘이 지고 습기가 있는 곳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쥐똥나무 뿌리는 깊이보다는 넓게 퍼져 자라는 습성이 있으며, 굵은 뿌리를 자르면 하얀 잔뿌리가 잘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자생에서 보다 분재재배시 생육이나 뿌리발달이 훨씬 좋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생수형은 한줄기로 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한뿌리에서 여러개의 줄기가 나오는 다간 또는 총생간 연근 형태로 자란다.   줄기는 어릴 때에는 쉽게 구부러지지만 오래 묵은 줄기는 구부러지지 않는다.  타원형의 작은 잎은 마주보기로 나고 맹아력이 강해 자르면 끊임없이 새싹이 올라오는 특성을 가지 있다.   꽃은 그해 새로 돋은 가지에서 작은 종모양으로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무리지어 핀다.

 

정원으로 나온 쥐똥나무분재

쥐똥나무의 분재재배

 

번    식

쥐똥나무는 파종과 삽목으로 번식한다.

열매는 10월~11월경 성숙하는데 과육이 자흑색이 되었을 때 채취하면 된다. 채취후 바로 파종하거나 이듬해 3월 하순경에 파종하면 된다.  종자를 파종시에는 파종상에 상토를 넣고 종자를 뿌린 후 종자크기의 3배정도 상토를 덮어 준다. 나의 경우 발아율이 90%이상으로 좋았다.

삽목시에는 3월 중순에서 10월까지 가능하나 나의 경험으로는 6월 전후가 가장 좋았다.  삽수는 5cm 내외 크기로 잘라서 심되 삽수의 심는 부분은 잎이 나온 바로 아래를 잘라주는 것이 좋다.  이유는 잎이 있었던 부분에서 발근이 잘 되기 때문이다. 

 

분갈이

쥐똥나무의 분갈이 시기는 3월상순부터 4월상순까지 가능하며 분갈이 시기가 늦어 새순이 많이 올라온 상태에서 분갈이 하면 나무세력이 떨어질 수 있다.

쥐똥나무는 토양을 가리지 않으나 약산성땅에 잘 자라고 다른 잡목들 보다 습기를 좋아한다. 따라서 분재흙으로는 마사토와 적옥토의 비율이  7 : 3 ~ 6 : 4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쥐똥나무는 잔뿌리 발생이 좋아서 분갈이 후 1년만 지나도 분속이 잔뿌리로 꽉차게 된다. 따라서 배양목은 매년, 완성목은 2년에 1회정도 분갈이 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분갈이 시 뿌리를 1/2 ~ 1/3 정도 잘라 주는데 뿌리를 과감히 잘라도 큰 문제는 없으나 때때로 큰 뿌리를 너무 깊게 잘랐을 때 썩어 들어가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 나무의 큰뿌리는 나무를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하며 잔뿌리를 통해 영양분과 수분을 흡수한다)

 

순자르기

세력을 높여 굵혀야 할 가지는 순자르기 하지 말고 가지를 많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순자르기를 한다. 순자르기는 5월 상순부터 연중 가능하나 새순이 올라와 어느정도 굳었을 때 1~2마디를 남기고 자른다. 순이 굳지 않은 상태에서 자르면 2차 새순이 돋아나지 않을 수 있고 너무 늦으면 가지 사이가 멀어질 수 있다.

 

철사걸이

쥐똥나무는 어렸을 때에는 줄기나 가지가 부드러우나 직경이 2~3cm이상 굵어지면 구부리기 어려울 정도로 딱딱하게 변해 철사걸이가 어려운 수종이다.  따라서 어린 줄기나 가지 중심으로 철사걸이를 하는 것이 좋다. 철사걸이는 연중 가능하나 가지가 부드러운 5월부터 6월까지가 가장 좋다. 겨울에 철사걸이는 가지나 순을 부러트릴 수 있고 분갈이 했을 때 가지마름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물관리

쥐똥나무는 물을 좋아하는 수종이다. 초봄과 늦가을은 1일 ~ 3일에 1회, 5월부터 9월까지는 매일 물을 주는 것이 좋으며, 가뭄이 심한 한여름엔 아침 저녁으로 주면 좋다. 겨울에도 1주일에 1회정도 주어 분재가 마르지 않게 해야한다.  때로 물 부족으로 인한 잎마름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때 물을 주면 바로 회복된다. (*물주기는 기본적으로 분토 겉표면이 살짝 말랐을 때 주면 된다)

꽃이 피었을 때엔 물관리로는 만개하기 전까지는 위로 흠뻑 뿌려 주어도 되나 만개하였을 때는 꽃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뿌리 주변으로 물을 뿌려준다. 이것은 꽃속으로 물이 들어가면 꽃이 빨리 지게 되고 누렇게 변하기 때문이다.

 

수 형

쥐똥나무의 특성으로는 한 뿌리에서 여러줄기가 발생하고 있어 다간형 또는 총생간 형태의 수형이 좋으나 모양목, 문인목, 모아심기 등 다양한 형태의 수형 연출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 모양목, 주립형, 다간형, 연근형, 문인목, 모아심기, 돌붙임, 분경 등 다양한 형태의 수형을 시험하고 있다.

 

시 비

쥐똥나무는 다른나무에 비해 시비에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는 수종이다. 시비 시기는 4월하순부터 10월까지가 좋다. 분갈이한 분재의 경우 1달 후에 하는 것이 좋은데 분갈이한 나무의 잘린 뿌리가 회복하기 전 시비하면 뿌리가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3월 중하순경 분갈이 하고 4월하순경 유박알거름을 5cm 간격으로 놓아 주며, 2개월 간격으로 교체해 주고 있다. 분갈이 하지 않은 분재는 봄에 바로 시비해도 된다.

 

병해충 관리

쥐똥나무에는 병해충 피해가 적은 수종이나 병의 발생보다 벌레에 의한 피해가 다소 있다. 주변의 벚나무 등에서 옮겨온 흰불나방과 같은 해충이 잎을 갉아 먹는데 한두그루일 때에는 손으로 잡아 주거나 살충제를 살포해 보호해 주눈 것이 좋다. 큰나무에는 때로 하늘소 유충이 줄기를 파고들어 속을 갉아 먹어 줄기나 가지가 말라 죽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분갈이 후 살충제 입제를 분표면에 뿌려주어 예방하고 해충이 발생했을 때는 살충제 유제 400~500배액으로 살포하여 해충을 없애고 있다.

 

기타관리

쥐똥나무분재에는 쥐똥같이 까맣고 작은 열매가 달린다. 10월에 초록색으로 맺히기 시작해서 11월이 되면 까만색으로 변하며 성숙하게 된다.  열매를 그대로 두면 열매가 맺힌 가지의 세력이 떨어져 끝부분이 말라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열매를 감상 후 12월경에 따주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11월 중하순경에 이 열매를 따서 파종 활용한다.  

 

결론적으로 쥐똥나무는 다른 수종에 비해 재배의 지역적응력이 높고 관리가 어렵지 않으며 다양한 수형을 연출 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은 수종이다.

 

나목이 되어버린 쥐똥나무분재

나의 쥐똥나무분재 사랑

 

  나는 30여년전부터 분재를 취미로 해왔다. 분재에 대한 상식이 없던 터라 마을주변 개울가나 산기슭을 다니며 주로 괴목처럼 생긴 단풍나무, 느릅나무, 느티나무를 분재소재를 채취해 길렀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오늘날까지 분재 취미를 이어오고 있다.

 

  내가 처음 기른 쥐똥나무는 1993년에 콩밭주변에 잿빛줄기와 작은 잎을 가진 나무를 발견하고 이 나무도 분재로 재배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채취했을 때는 지름 1.5cm정도의 가지가 3개가 난 것이었는데 아직까지 28년여 기간 애착을 가지고 기르고 있는 분재가 있다.

 

처음 시작하게 된 쥐똥나무분재 

  내가 주로 키우고 있는 쥐똥나무는 주변 산야에서 생육하고 있는 자생종으로 광려나무 혹은 남정목이라 불리우는 것들이다. 한 개 한 개 늘려가던 쥐똥나무분재는 지금에서야 100여개가 되었다. 아직 소재에 불과한 것도 있고 제법 완성되어가는 것도 있으며 분에 올리지 못하고 텃밭에 묵혀 있는 소재도 제법 있다.

 

나는 쥐똥나무가 좋다. 분재활동을 계속되는 한 나의 쥐똥나무분재에 대한 예찬은 이어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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